남았을 때
얼린다고 시간이 멈추는 건 아닙니다. 영하 18도에서도 수분은 조금씩 이동하고, 얼음 결정이 자라면서 재료 안쪽을 찢어놓습니다. 그래서 냉동이 잘 맞는 재료와 안 맞는 재료가 갈립니다. 기준은 대체로 하나예요. 물이 많고 조직이 무를수록 손해가 큽니다.
| 재료 | 어떻게 변하나 | 쓰는 법 |
|---|---|---|
| 두부 |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긴다 | 물기 짜고 조림·볶음에 |
| 버섯 | 조직이 무너져 물이 난다 | 얼린 채로 국·찌개에 |
| 식빵 | 거의 그대로 | 해동 없이 바로 구움 |
| 대파 | 향은 남고 아삭함은 준다 | 썰어서 국물·볶음에 |
| 밥 | 김이 갇혀 그대로 | 뜨거울 때 싸서 얼림 |
| 다진 마늘 | 향이 조금 약해진다 | 한 스푼씩 떼어 쓰게 |
두부 이야기를 조금 더 해야겠습니다. 얼렸다 녹인 두부는 부드러움을 완전히 잃습니다. 그런데 그 구멍들이 양념을 잘 빨아들여서 조림이나 두부강정에는 오히려 어울립니다. 부침용으로 쓸 생각이라면 얼리지 마세요.
밥은 김이 나는 상태에서 랩으로 싸 얼리는 게 요령입니다. 식혀서 얼리면 그 사이에 수분이 날아가서, 데웠을 때 푸석합니다. 넓적하게 눌러 얼리면 데우는 시간도 절반쯤으로 줍니다.
빵은 상온에서 2~3일이면 굳고, 냉장실에 넣으면 그보다 빨리 굳습니다. 0~5도 근처가 전분이 가장 빨리 늙는 구간이거든요. 그래서 하루 안에 못 먹을 빵은 냉동이 답입니다. 얼린 식빵은 해동하지 말고 그대로 토스터에 3~4분 넣으면 됩니다.
생채소는 세포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물이 얼면서 부피가 늘어 세포벽을 찢고, 녹을 때 그 물이 전부 빠져나옵니다. 상추가 흐물흐물해지는 이유예요. 오이, 토마토, 무순, 샐러드용 잎채소는 전부 여기 해당합니다.
감자도 생으로는 얼리지 않습니다. 조직이 물러지고 맛이 변합니다. 다만 삶거나 으깨서 익힌 상태라면 얼려도 견딜 만합니다.
| 안 되는 것 | 이유 |
|---|---|
| 마요네즈·크림소스 | 기름과 물이 갈라져 되돌아오지 않는다 |
| 삶은 달걀 흰자 | 고무처럼 질겨진다 |
| 생크림·요거트 | 층이 분리되고 알갱이가 생긴다 |
| 통조림째 | 안에서 부피가 늘어 캔이 상한다 |
| 튀김·전 | 눅눅해지고 기름이 배어난다 |
크림 종류는 물과 기름을 억지로 섞어놓은 상태입니다. 얼면 그 균형이 깨지고, 녹은 뒤에는 다시 섞이지 않아요. 노른자는 얼려도 비교적 견디는데 흰자는 그렇지 않습니다.
빨리 얼수록 얼음 결정이 작게 잡히고, 결정이 작을수록 녹였을 때 물이 덜 빠집니다. 그러니 덩어리째 넣기보다 2~3센티미터 두께로 납작하게 펴서 넣으세요. 금속 쟁반 위에 올려두면 더 빨리 업니다. 500그램짜리 고기를 통째로 얼리면 속까지 어는 데 반나절이 걸립니다.
공기를 빼는 것도 중요합니다. 봉지 안에 남은 공기가 표면의 수분을 빼앗아 하얗게 마르게 만들거든요. 이게 냉동실 냄새가 배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날짜를 적어 두세요. 얼렸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언제인지 모르면 결국 버리게 됩니다. 고기는 1~3개월, 밥과 빵은 1개월 안쪽을 목표로 잡으면 무난합니다. 상하지는 않아도 맛은 그 뒤로 계속 떨어집니다.
녹인 것을 다시 얼리는 건 피하는 게 좋습니다. 두 번째 냉동에서 결정이 더 굵게 자라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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