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 9월
9월 첫 주에 옷 가게에 들어가면 반팔 매대가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값은 절반 언저리. 살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자리죠. 따져볼 것은 두 가지뿐입니다. 내년에도 이 옷을 입을 것인가, 그리고 그때까지 어디에 둘 것인가.
인심 때문이 아닙니다. 자리 문제예요.
옷은 계절 상품이라 때를 놓치면 다음 해까지 창고에 누워 있어야 합니다. 그동안 창고 비용이 나가고 돈이 묶이죠. 그래서 매장은 다음 계절 물건이 들어오기 전에 남은 것을 털어냅니다. 9월에 여름옷이 싸지는 건 가을옷이 들어올 자리가 필요해서 입니다.
값이 내려가는 시점은 대체로 두 번이에요. 계절이 끝날 무렵에 한 번, 다음 계절 물건이 들어오기 직전에 한 번 더. 두 번째가 더 낮지만 그때 남은 건 사이즈와 색이 치우친 물건뿐입니다. 폭이 몇 퍼센트인지는 브랜드와 점포마다 갈려서 이 글에서 숫자로 못 박지 않겠습니다.
| 사려는 것 | 값이 내려가는 때 | 눈여겨볼 점 |
|---|---|---|
| 반팔 · 린넨 · 수영복 | 8월 말~9월 | 9월에도 며칠은 입는다 |
| 얇은 겉옷 · 트렌치 | 5월과 11월 | 봄가을은 기간이 짧아 물량이 적다 |
| 니트 · 기모 | 1월 말~2월 | 2월에도 아직 춥다 |
| 패딩 · 코트 | 2월 말~3월 | 사이즈가 이미 많이 빠진 뒤 |
| 신발 · 가방 | 계절 끝 무렵 | 흔한 치수부터 없어진다 |
패딩이 유독 많이 내려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부피가 커서 창고에 오래 두기가 부담스럽고, 값이 원래 세서 같은 비율을 깎아도 금액이 크게 보이거든요. 다만 3월까지 기다리면 고를 수 있는 폭이 확 줄어듭니다.
유행을 탄 옷. 그해에 유독 눈에 띄던 소매 모양이나 기장은 한 해 지나면 먼저 낡아 보입니다. 할인 매대에 그런 옷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같은 이유고요.
사이즈가 애매한 옷. 막판까지 남은 물건은 대개 양쪽 끝 사이즈입니다. 조금 크지만 벨트를 하면 되겠지 하고 산 옷은 반년 뒤에도 그대로 큽니다. 그리고 할인 상품은 교환이나 반품 조건이 평소와 다른 곳이 있으니 계산 전에 한 번 물어보세요.
반년을 넣어둬야 하는 옷. 사자마자 못 입고 옷장에 넣어야 합니다. 자리도 자리지만 반년 사이에 마음이 바뀌는 일이 흔해요. 아이 옷은 특히 조심할 자리입니다. 1년 뒤에는 치수가 달라져 있어서, 한 치수 크게 사도 맞을지 장담이 안 됩니다.
몇 해 입어도 모양이 안 변하는 기본형입니다. 검정이나 남색 코트, 무늬 없는 패딩, 흰 셔츠. 유행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철 지난 뒤에 사는 쪽이 유리하죠.
소재로도 갈립니다. 울이나 캐시미어가 섞인 겉옷, 오리털이나 거위털을 넣은 옷은 제값에 사면 부담이 큰 물건이에요. 이런 것들이 할인 폭의 덕을 가장 크게 봅니다.
집을 때 태그의 혼용률과 충전재 표시를 한 번 보세요. 같은 매대에 나란히 걸려 있어도 안감이 폴리에스터인 것과 털을 넣은 것은 다음 해 겨울에 체감이 다릅니다.
세 가지만 짚으면 실수가 줄어듭니다. 지난 계절에 비슷한 옷을 몇 번 입었는지, 옷장에 이 옷이 들어갈 자리가 있는지, 세탁이 드라이만 되는지. 마지막 것은 가격표에 안 적혀 있지만 몇 해에 걸쳐 계속 나가는 돈이에요.
넣어둘 때는 세탁하고 완전히 말려서 넣습니다. 새 옷이라도 매장에서 여러 사람이 입어본 물건이거든요.
다시 필요해질 때 · 3월 초와 9월 초, 계절이 바뀔 무렵 같이 보면: 옷장을 계절마다 바꾸는 순서 · 겨울 이불 넣을 때 압축팩 · 세탁 라벨 기호 다섯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