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 10월 9일
10월 달력을 넘기면 빨간 날이 둘 보입니다. 이름은 다들 압니다. 그런데 무슨 날이냐고 누가 물으면 잠깐 막히죠. 아이가 물으면 더 막히고요.
개천절과 한글날은 국경일입니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정해 놓은 날은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이렇게 다섯이에요. 3월에 하나, 7월에 하나, 8월에 하나, 10월에 둘입니다. 올해부터는 다섯 다 쉬는 날이 됐어요.
| 국경일 | 날짜 | 쉬나 |
|---|---|---|
| 삼일절 | 3월 1일 | 쉽니다 |
| 제헌절 | 7월 17일 | 쉽니다 (2026년부터) |
| 광복절 | 8월 15일 | 쉽니다 |
| 개천절 | 10월 3일 | 쉽니다 |
| 한글날 | 10월 9일 | 쉽니다 |
제헌절은 2008년에 공휴일에서 빠졌다가 2026년에 다시 쉬는 날이 됐습니다. 18년 만이에요. 국경일이라는 자격과 쉬는 날이라는 자격이 따로 놀아서 생긴 일입니다. 국경일 자격은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쉬는 날 자격은 공휴일에 관한 법률이 정하거든요. 태극기를 다는 날이라는 것은 그동안에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서기전 2333년에 단군이 우리나라 최초의 나라인 고조선을 세운 것을 기리려고 만든 날입니다. 이 연대와 단군 이야기는 전하는 기록마다 다르게 적혀 있습니다. 개천(開天)은 하늘이 열린다는 뜻이에요. 국경일 다섯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일을 기리는 날입니다.
날짜 이야기가 조금 헷갈립니다. 원래 이 날은 음력 10월 3일이었어요. 음력은 달 모양을 보고 날을 세던 옛날 달력입니다. 달이 안 보이는 날이 그달의 1일, 보름달이 뜨면 15일. 지금 우리가 쓰는 달력은 달이 아니라 해를 기준으로 세니까, 두 달력은 날짜가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습니다.
설날과 추석이 해마다 다른 날에 오는 게 그래서예요. 둘 다 음력으로 정해진 날이라, 지금 달력에 옮겨 놓으면 자리가 옮겨 다닙니다. 음력 10월 3일도 마찬가지였고요.
1949년에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 생기면서 날짜를 아예 하나로 정했습니다. 3일이라는 숫자는 그대로 두고, 지금 쓰는 달력의 10월 3일에 지내기로요. 그래서 개천절은 해마다 10월 3일입니다. 날짜가 옮겨 다니지 않아요.
세종대왕님이 1446년에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리는 날입니다. 글자가 완성된 해는 1443년이에요. 삼 년쯤 다듬은 뒤 백성에게 내놓은 것이 1446년이고, 한글날은 내놓은 쪽을 기립니다.
날짜가 10월 9일인 사연이 좀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반포 날짜가 안 적혀 있어요. 1446년 9월 자리에 "이번 달에 훈민정음이 완성되었다" 한 줄만 있고, 며칟날인지는 안 나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9월의 마지막 날로 치고 양력으로 옮겨 10월 29일을 한글날로 삼았습니다.
그러다 1940년에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이 나왔습니다. 그 책 맨 뒤에 정인지가 쓴 글이 붙어 있는데(정인지 서문이라고 부릅니다), 거기 "9월 상순"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상순은 그달의 앞쪽 열흘을 말합니다. 마지막 날에서 스무 날쯤 앞이니, 10월 29일에서 20일을 당겨 10월 9일로 정한 겁니다.
쉬는 날이냐 아니냐는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1946년에 공휴일이 됐다가 1991년부터 빠졌고, 2005년에 법정기념일에서 국경일로 올라섰습니다. 다시 쉬게 된 것은 규정이 바뀐 뒤인 2013년 한글날부터예요.
여기부터가 실제로 할 일입니다. 시각은 계절에 따라 갈립니다.
| 때 | 다는 시각 | 내리는 시각 |
|---|---|---|
| 3월 ~ 10월 | 오전 7시 | 오후 6시 |
| 11월 ~ 이듬해 2월 | 오전 7시 | 오후 5시 |
개천절과 한글날은 둘 다 10월이니 오전 7시에 달고 오후 6시에 내리면 됩니다.
하루 종일, 그러니까 24시간 내내 달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밤에는 국기가 보일 만큼 조명이 있어야 해요. 아파트 베란다처럼 밤에 어두워지는 자리라면 저녁에 걷는 편이 낫습니다.
여기가 매년 헷갈리는 자리입니다. 집 밖에서 바라본 기준이에요. 안에서 내다본 왼쪽이 아닙니다.
깃대가 여러 개 서 있는 곳이면 홀수일 때는 한가운데, 짝수일 때는 앞에서 보아 왼쪽 첫 번째가 태극기 자리입니다.
조기(弔旗)는 조의를 표할 때 내려 다는 것을 말합니다. 현충일이나 국가장 기간처럼 슬픔을 나타내는 날이 그런 날이죠.
개천절과 한글날은 조기를 다는 날이 아닙니다. 경축하는 날이라 깃봉에 딱 붙여서 달아요. 6월 현충일과 헷갈려서 반쯤 내려 다는 집이 해마다 나옵니다.
조기를 다는 날의 방법도 적어둘게요. 깃면의 왼쪽 위 모서리가 깃봉에 닿을 때까지 일단 끝까지 올렸다가, 깃면의 너비(세로)만큼 다시 내려서 답니다. 처음부터 중간에 걸치면 안 되고, 끝까지 올렸다가 내리는 순서예요.
| 어떤 날 | 어떻게 |
|---|---|
| 국경일 · 국군의 날 | 깃봉에 붙여서 |
| 현충일 · 국가장 기간 | 깃면 너비만큼 내려서 |
국기법은 이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심한 눈이나 비, 바람으로 국기가 상할 우려가 있으면 달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비라면 아침에 달았다가 비 올 때 걷고, 날이 갠 뒤 다시 달아도 됩니다. 종일 비 예보면 그날은 그냥 넘기세요. 젖은 태극기를 그대로 접어두면 곰팡이가 앉습니다. 걷은 뒤에는 널어서 말리고 넣는 게 맞아요.
| 날 | 2026년 요일 | 쉬는 날 |
|---|---|---|
| 개천절 10월 3일 | 토요일 | 10월 5일 월요일을 대신 쉽니다 |
| 한글날 10월 9일 | 금요일 | 그날 하루 |
개천절이 토요일과 겹칩니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삼일절·광복절·개천절·한글날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치면 뒤이은 첫 평일을 대신 쉬는데, 10월 4일이 일요일이니 그다음 날인 10월 5일 월요일이 대체공휴일이 됩니다. 3일 토요일부터 5일 월요일까지 사흘이 이어져요.
한글날은 금요일이라 대체공휴일이 붙지 않습니다. 대신 주말이 뒤에 붙어서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이 됩니다. 사이에 낀 6일 화요일부터 8일 목요일까지는 평일입니다.
한 줄로 답할 말을 미리 정해두면 편합니다.
더 물으면 개천절은 아주 옛날 이야기라 정확한 날짜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글날은 그전까지 글자가 어려워서 아무나 못 썼다고 덧붙이면 됩니다. 내년 이맘때 또 물어도 답은 그대로예요.
삼일절과 광복절 아침, 그리고 현충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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