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정하기 전
이삿짐센터 두 곳에 물어보면 값이 꽤 벌어질 때가 있어요. 짐도 그대로고 거리도 그대로인데 말이죠. 날짜가 값의 상당 부분을 정하기 때문입니다.
이삿짐센터가 파는 것은 하루라는 시간이에요. 트럭 한 대와 사람 서넛이 한 집에 붙으면 그날 일은 거기서 끝납니다. 사다리차(창문으로 짐을 올려주는 그 차)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같은 날 이사하겠다는 집이 몰리면 남는 트럭이 줄고, 마지막 남은 자리의 값이 올라갑니다. 반대로 아무도 안 찾는 날에는 트럭이 놉니다. 놀리느니 조금 깎아서라도 채우는 편이 낫죠. 성수기와 비수기라는 말이 붙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 언제 | 자리 | 왜 |
|---|---|---|
| 봄·가을 이사철 | 빡빡 | 신학기와 전세 만기가 몰린다 |
| 주말·공휴일 | 빡빡 | 휴가를 안 내도 되니까 |
| 손 없는 날 | 빡빡 | 아래 3번 |
| 월말 | 빡빡 | 계약 날짜가 말일에 몰린다 |
| 여름 한복판 | 한가 | 더워서 미루는 집이 많다 |
| 평일 오전 | 한가 | 회사 다니는 사람이 못 잡는다 |
이사철은 대체로 2월에서 5월, 그리고 9월에서 11월 사이를 말합니다. 신학기와 전세 만기가 이 구간에 몰려 있어서예요. 다만 동네마다 결이 다릅니다. 대학가는 2월이 유독 심하고, 아이 학교를 옮기는 집은 방학 끝자락으로 붙습니다.
이 세 가지가 한 날에 겹치는 하루가 매달 한두 번씩 나와요. 토요일이면서 손 없는 날이고 이사철인 날. 그날이 그 달에서 가장 비쌉니다.
음력 날짜의 끝수가 9와 0인 날입니다. 매달 9일·10일·19일·20일·29일·30일이 여기 들어가요.
옛날에는 사람을 방해하는 귀신이 방위를 돌아다닌다고 봤습니다. 음력 끝수 1·2일에는 동쪽, 3·4일에는 남쪽, 이런 식으로요. 그러다 끝수가 9와 0이 되는 날에는 그 귀신이 하늘로 올라가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탈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이사와 혼례, 개업 날짜를 여기에 맞춘 이유가 그것이에요.
믿고 안 믿고는 각자의 몫이죠. 다만 값에는 붙습니다. 집안 어른이 날짜를 골라주는 집이 아직 많고, 그만큼 그날 예약이 먼저 차거든요.
여기서 한 가지는 짚어둡니다. 손 없는 날과 그 옆날의 차이가 얼마인지는 업체 홍보 글마다 숫자가 달라서, 이 글에서 못 박지 않겠습니다. 궁금하시면 같은 업체에 날짜만 바꿔 두 번 물어보세요. 그 집 짐 기준의 차이는 그렇게 나옵니다.
날짜를 잡았으면 1~2개월 앞두고 견적을 돌립니다. 이사철이면 더 당기는 편이 안전해요. 자리가 없어서 값을 못 깎는 상황이 제일 흔한 손해거든요.
받을 때는 세 곳 이상. 두 곳만 받으면 어느 쪽이 비싼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전화나 앱으로 방 개수만 불러주고 받는 견적은 빠릅니다. 대신 헐렁해요. 그 자리에서 싸 보이다가 당일에 값이 붙습니다. 붙는 자리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 당일에 값이 붙는 자리 | 미리 말해둘 것 |
|---|---|
| 사다리차 | 몇 층인지, 창문으로 넣는지 |
| 엘리베이터 | 이삿짐용이 있는지, 관리실 신청이 되는지 |
| 계단 운반 | 트럭이 못 서는 골목인지 |
| 에어컨 떼고 달기 | 몇 대인지, 벽이 어떤 재질인지 |
| 경유지 | 중간에 짐을 한 번 내리는지 |
| 짐 보관 | 새 집 입주까지 며칠 뜨는지 |
방문 견적은 사람이 와서 방마다 짐을 눈으로 셉니다. 30분쯤 걸려요. 이렇게 받은 견적서에는 위 항목이 글로 적히니까, 나중에 값이 달라졌을 때 근거가 됩니다. 종이에 남겨두는 것이 요점입니다.
전세 만기나 아이 학교 때문에 날짜가 이미 박혀 있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럴 때 손댈 수 있는 자리는 셋이에요.
하나. 같은 주 안에서 요일만 옮겨봅니다. 토요일을 목요일로 하루 이틀 당기는 것만으로 자리가 생기기도 해요. 반차를 쓰는 값과 견적 차이를 나란히 놓고 보시면 됩니다.
둘. 오전으로 잡습니다. 아침 일찍 시작하면 그날 안에 끝나서 사람 붙는 시간이 줄고, 새 집에서 짐 푸는 시간도 남아요.
셋. 짐을 줄입니다. 값은 결국 트럭 크기와 사람 수로 매겨집니다. 안 쓰는 가구와 옷을 2~3주 전에 정리하면 톤수가 한 단계 내려가는 집도 있어요. 대형폐기물은 주민센터나 구청 앱에서 신고하고, 스티커 값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날짜를 정할 때 하나만 더 봐두세요. 옛 집을 비우는 날과 새 집에 들어가는 날이 같은 날인지. 하루라도 뜨면 짐 보관 비용이 따로 붙고, 그건 요일을 바꿔서 아끼는 돈보다 클 수 있습니다.
다시 필요해질 때 · 이사가 정해지고 날짜를 고르기 전에 한 번 같이 보면: 이사 전날 저녁에 해둘 것 · 이사하고 나서 주소 옮기는 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