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비 오는 날 부침개가 당기는 건 소리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빗소리와 기름에 반죽 올라가는 소리가 닮았다는 거죠. 정말 그래서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비 온다는 예보를 보면 냉장고에서 애호박을 꺼내게 되는 건 사실이에요.
부침개는 재료보다 온도와 손놀림에서 갈립니다. 같은 반죽으로도 눅눅해지기도 하고 바삭해지기도 하거든요.
밀가루가 물을 만나면 글루텐이 생깁니다. 이게 많아지면 질겨져요. 차가운 물은 그걸 늦춥니다.
물은 냉장고에서 꺼낸 것으로 쓰고, 얼음 두세 개를 띄우면 더 좋습니다. 반죽은 미리 만들어두지 않습니다. 재료 손질을 다 끝내고 마지막 1분에 섞으세요. 부침가루가 없으면 밀가루에 감자전분을 3대 1쯤 섞습니다. 전분이 바삭함을 맡아요.
숟가락으로 빙빙 저으면 글루텐이 붙습니다. 젓가락을 세워서 가르듯이 몇 번만 움직이세요. 가루가 조금 보여도 괜찮습니다. 그게 오히려 낫습니다.
농도는 이렇게 봅니다. 국자로 떠서 흘렸을 때 끊기지 않고 이어져 떨어지되 느리게 흐르면 됩니다. 물처럼 주르륵 흐르면 묽고, 뚝뚝 끊기면 되직해요.
| 확인 | 기준 |
|---|---|
| 팬 달구기 | 물 한 방울이 구슬처럼 굴러다닐 때 |
| 기름 양 | 팬 바닥이 얇게 잠길 만큼 |
| 불 세기 | 중불에서 시작, 가장자리가 익으면 조금 낮춤 |
기름을 아끼면 부침개가 아니라 빈대떡처럼 됩니다. 튀기듯 부쳐야 가장자리가 바삭해요. 기름이 부족하다 싶으면 부치는 중간에 팬 가장자리로 조금씩 흘려 넣습니다.
여러 번 뒤집으면 반죽이 무너지고 기름을 머금습니다.
가장자리가 투명해지고 바닥이 굳으면 그때 뒤집습니다. 지름 20cm짜리 한 장이면 3분쯤 걸려요. 뒤집은 뒤에는 누르지 않습니다. 누르면 안에 있던 김이 빠지면서 눅눅해집니다. 다 부쳤으면 접시 말고 채반이나 식힘망에 올리세요. 접시에 바로 놓으면 밑면이 젖습니다.
정해진 조합은 없습니다. 다만 물이 많이 나오는 재료(애호박·양파)는 소금을 살짝 뿌려 5분 두었다가 물기를 짜면 반죽이 묽어지지 않아요.
애호박·감자·양파는 5mm쯤으로 채 썰고, 부추와 쪽파는 손가락 한 마디 길이인 6~7cm로 자릅니다. 김치는 국물을 꼭 짜고 잘게 썰되, 그 국물 한 큰술을 반죽에 넣으면 색이 살아나요. 냉동 해물은 완전히 녹여 물기를 뺍니다. 얼음이 남아 있으면 기름이 튑니다.
양념간장은 간장 2~3큰술에 식초 1큰술, 여기에 고춧가루 반 큰술과 깨를 조금 넣는 게 흔한 비율입니다. 집마다 짠맛이 다르니 만들어놓고 한 번 찍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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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되면 다시 꺼내 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