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 빙판
걸음걸이를 바꾸는 게 신발을 바꾸는 것보다 빠릅니다.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는 이유는 대개 신발 탓이 아니라 평소 걸음 그대로 걸어서예요. 보폭이 넓으면 앞발이 땅에 닿는 순간 몸무게가 뒤꿈치 한 점에 몰리거든요.
보폭부터 줄입니다. 평소 걸음이 60에서 70cm쯤 되는데, 빙판에서는 30cm 안팎으로 좁힙니다. 발을 앞으로 내미는 게 아니라 발밑에 놓는다고 생각하면 얼추 맞아요.
다음은 디디는 방식. 뒤꿈치부터 닿는 평소 걸음 대신 발바닥 전체를 한 번에 내려놓습니다. 펭귄이 걷는 모양을 떠올리면 됩니다. 몸의 무게중심을 앞발 위에 두고, 상체를 아주 살짝 앞으로 기울입니다. 뒤로 넘어지는 사고가 앞으로 넘어지는 것보다 위험한 이유는 머리 뒤쪽과 꼬리뼈가 먼저 닿기 때문이에요.
손은 꺼냅니다. 추우면 주머니에 넣고 싶지만, 손이 묶여 있으면 균형을 잡을 방법이 없어요. 장갑을 끼는 편이 낫습니다. 우산과 휴대폰도 한 손에 몰아 쥐고 나머지 한 손은 비워두세요.
같은 길이라도 얼음이 붙는 자리는 늘 비슷합니다.
| 자리 | 왜 |
|---|---|
| 횡단보도 흰 선 | 도료 위는 아스팔트보다 매끈하고 물이 안 스민다 |
| 맨홀·배수구 뚜껑 | 금속이라 주변보다 먼저 얼고 늦게 녹는다 |
| 건물 그늘·북향 골목 | 해가 안 들어 낮에도 안 녹는다 |
| 지하주차장 경사로 | 안에서 흘러나온 물이 입구에서 언다 |
| 계단 마지막 한 칸 | 발이 이미 다 내려왔다고 판단해 힘을 뺀다 |
| 실외기 아래 | 떨어진 물이 그 자리만 얼린다 |
계단은 난간을 잡는 게 답입니다. 손이 시려도 잡으세요. 넘어질 때 난간을 붙잡으면 떨어지는 높이가 확 줄어듭니다.
차에서 내릴 때도 조심할 자리예요. 문을 열고 발을 딛는 그 한 걸음이 얼음 위인 경우가 많은데, 문틀을 잡은 채 발부터 딛고 무게를 옮기면 넘어져도 붙잡을 데가 있습니다.
몇 년 신었느냐보다 밑창 상태로 봅니다. 신발을 뒤집어서 앞꿈치와 뒤꿈치 무늬가 살아 있는지 보세요. 손끝으로 훑었을 때 홈이 걸리지 않고 매끈하게 넘어가면 접지력이 거의 없습니다. 특히 뒤꿈치 바깥쪽이 먼저 닳는데, 그 자리가 얼음을 처음 만나는 자리예요.
바닥이 딱딱한 구두, 밑창이 얇고 평평한 슬립온, 오래 신은 운동화가 빙판에서 약합니다. 반대로 홈이 깊고 고무가 무른 겨울용 밑창이 낫고요. 다만 실내에 들어오면 물기 때문에 오히려 더 미끄러우니 매트에서 한 번 닦고 들어갑니다.
아이젠이나 미끄럼방지 덧신을 쓴다면 신고 벗는 자리를 미리 정해두세요. 실내 타일이나 지하철 계단에서 아이젠을 그대로 신으면 더 위험합니다.
이미 미끄러졌다면 버티는 쪽이 더 다칩니다. 손을 짚어 몸 전체를 받으려다 손목이 부러지는 일이 흔하거든요. 무릎을 굽혀 키를 낮추고 엉덩이나 옆구리로 주저앉는 편이 낫습니다. 턱을 당겨 목을 붙이면 머리가 바닥에 닿는 것을 어느 정도 막습니다.
넘어진 뒤에 바로 일어서지 마세요. 잠깐 앉은 채로 손목, 발목, 허리를 하나씩 움직여봅니다. 한 군데라도 힘이 안 들어가면 그 자리에서 도움을 청하는 편이 안전해요. 노인은 넘어진 직후에 통증이 없어도 하루이틀 뒤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서 다르게 봅니다.
가방은 등에 메는 것이 낫습니다. 한쪽 어깨에 걸면 그쪽으로 몸이 기울고, 손에 들면 넘어질 때 팔을 못 씁니다.
눈이나 비가 온 다음 날 아침은 30분 일찍 나서는 것으로 절반이 해결됩니다. 시간에 쫓기면 걸음이 빨라지고, 빨라진 걸음이 빙판에서 제일 위험하거든요.
기온이 영상이어도 방심하지 않습니다. 낮에 녹은 물이 밤사이 다시 얼어 아침에 1mm도 안 되게 얇게 깔리는데, 색이 아스팔트와 거의 같아서 눈으로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기상청은 이런 도로 살얼음을 기온이 영상 4도 아래로 떨어지고 노면이 젖어 있을 때 주로 봅니다. 해 뜨기 전 5시에서 8시 사이, 해 진 직후, 다리 위, 터널 입구가 그런 자리예요. 지역과 그늘 여부에 따라 갈리니 장담은 못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겨울철 낙상 사고가 12월에서 2월 사이에 몰린다고 안내합니다. 그중 상당수가 눈이 온 날이 아니라 눈이 그치고 하루이틀 지난 날에 납니다. 길이 마른 것처럼 보이는데 그늘진 20에서 30m 구간만 얼어 있는 식이거든요.
다시 필요해질 때 · 첫눈 예보가 뜬 날, 그리고 아침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 날마다 같이 보면: 눈 오기 전 현관 준비 · 대설 예보와 차 · 겨울 타이어 갈 때
때 되면 다시 꺼내 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