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 첫추위 전
보일러는 반년을 쉬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종일 돌아가는 물건이에요. 쉬는 동안 물이 줄고 배관에 공기가 차는데, 그 결과는 켜봐야만 드러납니다.
정작 갈리는 자리는 고장의 크기가 아니고 발견하는 시기예요. 첫추위가 닥친 주에는 수리 요청이 한꺼번에 몰려서 기사 방문이 사나흘씩 밀립니다. 같은 고장이라도 9월에 발견하면 미지근한 방 하나로 끝나고, 12월에 발견하면 며칠을 찬 방에서 자야 하죠. 시운전에 드는 시간은 20분입니다.
보일러 앞면이나 아래쪽에 동그란 압력계가 붙어 있습니다. 바늘이 1~2바 사이에 있으면 정상. 제조사에 따라 초록색 구간으로 표시해둔 것도 있어요.
바늘이 1바 아래로 내려가 있으면 난방수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여름 내내 아주 조금씩 증발하거나 미세하게 새어나가서 그렇습니다. 이대로 켜면 물이 제대로 안 돌고, 보일러가 헛돌면서 에러 코드를 띄웁니다.
보일러 아래에 보충수 밸브(직수 밸브)가 있습니다. 대개 파란색이나 은색 손잡이예요.
1. 보일러 전원을 끕니다 2. 밸브를 아주 조금만 엽니다 3. 압력계 바늘이 1.5바 근처로 올라오면 잠급니다 4. 다시 전원을 켭니다
밸브를 활짝 열면 순식간에 3바를 넘어갑니다. 압력이 너무 높으면 안전밸브로 물이 쏟아지니, 조금 열고 바늘을 보면서 잠그세요. 넘겼다면 배수 밸브로 조금 빼면 됩니다.
밸브 위치를 못 찾겠으면 제조사 고객센터에 모델명을 대고 물어보는 편이 빠릅니다. 집집마다 설치 모양이 달라서 사진 한 장으로는 장담이 어렵거든요.
난방을 켜고 설정 온도를 평소보다 2~3도 높게 잡습니다. 그리고 20~30분 뒤에 방마다 바닥을 손바닥으로 짚어보세요.
확인할 건 셋입니다.
미지근한 방과 물소리는 같은 원인을 가리킵니다. 배관에 공기가 찼다는 뜻이에요.
분배기는 보통 보일러 옆이나 다용도실 벽에 붙은 금속 통입니다. 방마다 배관이 하나씩 연결돼 있고, 각각 작은 손잡이가 달려 있어요.
공기 빼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미지근한 방 배관만 남기고 나머지 손잡이를 잠급니다. 분배기 끝의 에어벤트를 열면 「푸슉」 소리와 함께 공기가 빠지고, 이어서 물이 나옵니다. 물이 끊기지 않고 나오기 시작하면 잠그고 손잡이를 원래대로 돌려놓습니다.
바닥에 수건을 깔아두세요. 생각보다 물이 튑니다.
난방이 잘 돌아도 온수는 별개예요. 주방과 욕실 수도를 각각 틀어놓고 더운물이 나오기까지 몇 초 걸리는지 재보세요. 평소보다 눈에 띄게 오래 걸리거나, 나오다 말다 하면 열교환기에 물때가 낀 경우가 많습니다.
| 확인 | 통과 기준 |
|---|---|
| 압력계 | 1~2바 |
| 난방 20분 | 모든 방 바닥이 따뜻함 |
| 물소리 | 꾸르륵 소리 없음 |
| 온수 | 평소만큼 빨리 나옴 |
| 배기구 | 밖에서 막힌 데 없음 |
마지막 줄을 하나 덧붙이면, 실외 배기구도 한 번 내다보세요. 여름 사이에 벌레집이 생기거나 낙엽이 걸려 있는 일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해서 하나라도 걸렸다면 9월에 기사를 부르는 게 낫습니다. 성수기 전이라 예약이 잘 잡히고, 급하지 않으니 견적을 두 군데 받아볼 여유도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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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되면 다시 꺼내 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