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 추석 전
올해 추석은 9월 25일 금요일입니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상차림 그림부터 찾게 되죠. 어느 줄에 뭘 놓는지 화살표까지 그려둔 그 그림이요. 한참 보고 있으면 우리 집만 어긋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2022년에 성균관이 그 그림을 크게 줄인 안을 내놓았습니다. 지키라고 내민 규칙은 아니에요. 이렇게 해도 된다고 밝힌 자료입니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2022년 9월 5일에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습니다.
차례상에는 아홉 가지 정도의 음식을 올리면 된다는 것이 뼈대입니다. 기본으로 든 것은 송편,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술이에요. 여기서 가짓수를 늘리고 싶으면 육류와 생선, 떡도 올릴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 무엇 | 표준안에서 |
|---|---|
| 송편 | 기본 |
| 나물(숙채) | 기본 |
| 구이(적) | 기본 |
| 김치(침채) | 기본 |
| 과일 | 기본 |
| 술 | 기본 |
| 육류 · 생선 · 떡 | 가짓수를 늘리려면 더할 수 있다 |
과일이 몇 가지인지, 어떤 과일인지는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아홉도 상한에 가깝습니다. 이만큼이면 충분하다는 쪽이에요.
표준안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대목이 이겁니다. 위원회는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습니다.
근거로 든 것은 조선 예학자 사계 김장생의 글이에요.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밀과와 유병 같은 기름진 음식을 써서 제사 지내는 것은 예가 아니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전이 훨씬 나중에 들어온 음식이라는 뜻이죠.
올리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안 올려도 될 근거가 있다, 딱 거기까지예요.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 대추·밤·배·감 순서. 둘 다 이름부터 규칙처럼 생겼습니다.
위원회는 예법을 다룬 옛 문헌에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라는 표현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 과일은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했어요. 『사례편람』 같은 예서를 봐도 과일 자리에는 「과(果)」 한 글자만 적혀 있고, 색이나 순서까지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지방 대신 사진을 두고 지내도 된다는 것, 성묘를 차례 앞에 갈지 뒤에 갈지는 가족이 의논해 정하면 된다는 것도 같은 자료에 들어 있습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홍동백서·조율이시 같은 진설법을 후대에 생겨난 것으로 적고 있습니다.
언론이 찾아낸 가장 이른 기록은 1920년 조선일보 기사예요. 1960~70년대 신문들이 이걸 대표 진설법으로 소개하면서 지금 아는 모양으로 굳었습니다. 어느 시점에 규칙이 됐는지는 자료마다 설명이 갈려서, 이 글에서 하나로 못 박지 않겠습니다.
분명한 건 하나입니다. 그 그림이 우리가 짐작하는 만큼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자료를 아무리 찾아도 집안 어른 한마디를 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건 정답 찾기가 아닙니다. 이야기를 꺼내는 일에 가까워요.
먼저 뺄 것 말고 지킬 것을 묻습니다. 「이건 안 해도 된대요」로 시작하면 대화가 협상이 됩니다. 「꼭 있어야 하는 게 뭐예요」로 물으면 한두 가지가 나와요. 나머지는 그다음에 정하면 됩니다.
「원래 그렇게 한다」는 대답이 나오면 이유를 받아 적습니다. 대개 사연이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던 음식이거나, 그 지역에서 나던 것이거나. 이유를 알면 대신 올릴 것을 찾기가 쉬워집니다.
자료는 이야깃거리로 내밉니다. 이겨야 할 근거로 쓰면 안 되고요. 성균관은 표준안을 리플렛과 카드뉴스로도 냈어요. 「성균관에서 이런 걸 냈더라고요」와 「성균관도 그렇게 말했잖아요」는 다른 말입니다. 앞의 것은 대화가 되고 뒤의 것은 다툼이 됩니다.
정할 것은 셋으로 좁힙니다. 가짓수, 누가 만드는지, 언제 모이는지. 위원회가 국민 1,000명에게 물었을 때 차례에서 개선할 점으로 간소화를 꼽은 응답이 40.7%였습니다. 여성만 보면 43.7%였고요. 상차림 이야기가 일 나누는 이야기와 붙어 있다는 뜻이죠.
바꾸기로 했으면 한 해에 하나만 바꿉니다. 올해는 전을 줄이고, 가짓수는 내년에 봅니다. 한 번에 다 바꾸면 그 자리에서 되돌아가기 쉬워요.
안 정해도 되는 것도 있습니다. 과일 놓는 방향과 순서는 표준안이 편하게 놓으라고 했으니 안건에서 아예 빼도 됩니다.
끝까지 안 맞으면 올해는 하던 대로 하고 넘어가도 됩니다. 다만 그날 나온 말은 적어두세요. 반년 뒤 설에 같은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시 하지 않으려면요.
품목이 정해지면 남는 건 순서입니다. 무엇을 언제 만드는지는 따로 적어뒀어요.
설과 추석 2~3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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