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근 뒤 이틀
김치를 담그고 나면 물음이 하나 남습니다. 언제 냉장고에 넣느냐.
바로 넣으면 안 익습니다. 오래 두면 시어버려요. 그 사이 어딘가를 잡아야 하는데, 날짜로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실온이 몇 도인지에 따라 반나절에서 사흘까지 벌어지거든요.
배추에 원래 붙어 있던 유산균이 소금과 양념 속에서 자랍니다. 이 균이 당을 먹고 젖산을 만들어요. 그 젖산이 김치의 신맛이고, 동시에 다른 잡균을 못 자라게 막는 장치입니다.
여기서 온도가 갈림길이 됩니다. 유산균은 따뜻할수록 빨리 자랍니다. 25도에서는 하루면 익고, 5도 아래에서는 몇 주가 걸려요. 실온에 두는 건 이 시작을 붙여주는 일입니다. 아예 건너뛰고 바로 냉장고에 넣으면 몇 주 동안 겉절이 맛에 머뭅니다.
| 실온 | 두는 시간 |
|---|---|
| 25도 이상 (한여름) | 반나절에서 하루 |
| 18~22도 (봄·가을, 난방한 실내) | 하루에서 이틀 |
| 10~15도 (늦가을, 베란다) | 이틀에서 사흘 |
| 5도 안팎 (한겨울 베란다) | 사흘 이상, 눈으로 확인 |
김장철에 이틀에서 사흘이라고들 하는 건 그때 베란다가 10도 안팎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틀을 한여름 부엌에서 하면 시어버려요. 날짜를 외우지 말고 온도를 보세요.
숫자보다 확실한 건 통 안입니다. 셋을 봅니다.
국물 표면에 작은 기포가 올라옵니다. 유산균이 만든 탄산이에요. 통을 살짝 눌렀을 때 뽀글거리는 소리가 나면 발효가 붙은 겁니다. 냄새를 맡으면 처음의 젓갈 냄새 대신 새콤한 기운이 섞입니다. 배추 줄기를 한 조각 잘라 씹어보면 아삭한데 끝에 신맛이 살짝 걸립니다.
이 상태에서 냉장고로 옮깁니다. 이미 확실하게 시다면 늦은 것이고, 그건 그것대로 찌개용으로 씁니다. 못 쓰는 건 아니에요.
옮길 때 손이 한 번 더 갑니다. 여기를 건너뛰면 위쪽이 마릅니다.
배추가 국물 위로 올라와 공기에 닿으면 그 부분이 물러지거나 검게 변합니다. 통에 꾹꾹 눌러 담아 국물이 배추를 덮게 하세요. 국물이 모자라면 겉잎 두세 장을 위에 덮어 뚜껑처럼 씁니다. 통은 8할만 채웁니다. 발효하면서 국물이 넘칩니다.
통은 작은 것 여럿이 낫습니다. 큰 통 하나를 매번 열면 그때마다 공기가 들어가고 온도가 올라가요. 한 번에 꺼내 먹을 만큼씩 나눠 담아두면 나머지는 건드릴 일이 없습니다.
냉장은 5도 이하가 기준입니다(2026년 8월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안내). 김치냉장고는 0도 안팎으로 더 낮게 잡습니다.
여기서 발효가 멈추는 게 아니라 아주 느려집니다. 일반 냉장고에서는 2~3주면 신맛이 또렷해지고, 김치냉장고에서는 두 달 넘게 비슷한 상태로 갑니다. 익는 속도를 늦추고 싶으면 통 위에 비닐을 한 장 덮어 공기를 줄이세요.
꺼낼 때 젓가락을 쓰지 않습니다. 밥 먹던 젓가락이 들어가면 국물이 쉽게 무릅니다. 깨끗한 집게나 따로 둔 젓가락으로 꺼내고, 꺼낸 뒤에는 남은 김치를 다시 눌러 국물에 잠기게 합니다. 이 두 가지만 지켜도 통 하나가 훨씬 오래 갑니다.
다시 필요해질 때 · 김치를 담근 날부터 이틀 뒤 같이 보면: 김장 앞두고 절임배추 고르기 · 신 김치 쓰는 자리
때 되면 다시 꺼내 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