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실 정리
냉동실을 열면 검은 봉지와 지퍼백이 층층이 쌓여 있습니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겠고, 버리자니 아깝고, 그래서 또 닫게 되죠. 이 상태가 반복되는 이유는 기준이 없어서입니다. 기준을 하나만 두면 판단이 빨라집니다.
상했는지 냄새를 맡아 보는 방식은 냉동실에서 잘 안 통합니다. 꽝꽝 언 상태에서는 냄새도 색도 잘 안 드러나거든요. 그래서 판단 기준을 다른 데 둡니다. 언제 넣었는지 기억나지 않으면 버린다. 이 문장 하나로 절반이 정리됩니다.
기억이 안 난다는 건 최소 3~4개월은 지났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그동안 한 번도 안 찾았다는 뜻이기도 하죠. 앞으로도 안 먹을 확률이 높습니다. 봉지를 하나씩 꺼내서 두 무더기로만 나눠 보세요. 날짜가 떠오르는 것과 안 떠오르는 것. 20~30분이면 갈립니다.
영하 18도 아래에서는 세균이 거의 못 자랍니다. 그래서 「먹으면 탈 난다」는 의미의 부패는 잘 안 일어나요. 사람들이 오래된 냉동식품을 버리는 진짜 이유는 다른 쪽입니다.
수분이 조금씩 빠져나가면서 표면이 마르고, 지방은 산화해서 묵은 냄새가 붙습니다. 이걸 냉동상이라고 부릅니다. 겉이 하얗게 뜨고 서리가 2~3mm 두께로 낀 고기가 그 상태예요. 위험하다기보다 맛이 없어진 것에 가깝습니다. 문을 하루에 10번씩 여닫는 집일수록 빨리 옵니다.
| 넣은 것 | 맛이 유지되는 기간 | 지나면 |
|---|---|---|
| 다진 고기 | 3~4개월 | 퍽퍽해지고 묵은 냄새 |
| 덩어리 고기 | 6~12개월 | 표면부터 마름 |
| 생선 | 2~3개월 | 비린내가 강해짐 |
| 익힌 밥·국 | 1개월 | 식감이 무너짐 |
| 빵·떡 | 2~3개월 | 퍼석해짐 |
| 손질 채소 | 6~8개월 | 물러짐 |
표의 숫자는 못 먹게 되는 날짜가 아닙니다. 이쯤부터 맛이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선으로 보세요. 정전으로 4시간 넘게 문을 못 열었다면 이 기간과 무관하게 버립니다.
한 번 녹았다가 다시 언 것은 봉지 안쪽에 큼직한 얼음 결정이 생깁니다. 지퍼백 안에 얼음 덩어리가 따로 굴러다니면 그 신호예요. 이런 건 조직이 이미 망가져서 해동하면 물만 나옵니다.
포장이 터져서 내용물이 그대로 공기에 닿은 것, 다른 음식 냄새가 옮은 것,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는 갈색 덩어리. 셋 다 고민할 자리가 아닙니다. 아이스크림 뚜껑 안쪽에 1cm씩 얼음이 붙어 있다면 그것도 같은 경우고요.
정리하고 나서 이걸 안 하면 반년 뒤에 같은 일을 또 합니다. 마스킹테이프 한 조각에 넣은 날짜와 내용물만 적어 붙이면 끝이에요. 0827 소고기 국거리 정도면 충분합니다.
지퍼백은 눕혀서 납작하게 얼립니다. 세워서 꽂아두면 서랍에서 책처럼 넘겨 볼 수 있어서 아래 깔린 것이 잊히지 않아요. 자주 쓰는 것은 앞칸, 오래 둘 것은 안쪽. 이 순서만 지켜도 문 앞에서 뒤적이는 시간이 줍니다.
냉장실과 반대로 냉동실은 꽉 채울수록 온도가 안정적입니다. 언 음식들끼리 서로 냉기를 붙잡아 주거든요. 다만 공기가 도는 통로는 남겨야 하니 7~8할 정도가 적당합니다.
정리하는 김에 서리도 긁어내세요. 벽에 5mm 넘게 얼음이 끼면 냉기가 잘 안 돌고 전기도 더 씁니다. 성에가 자주 낀다면 문 패킹이 헐거워졌을 수 있는데, 이 부분은 기기마다 달라서 장담은 어렵습니다.
다시 필요해질 때 · 장을 크게 보기 전날, 넣을 자리를 만들어야 할 때 같이 보면: 냉동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 냉장고는 칸마다 온도가 다릅니다
때 되면 다시 꺼내 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