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고 와서
냉장고 안이 전부 같은 온도일 거라고 생각하면 자리 배치가 아무래도 좋아집니다. 실제로는 한 대 안에서도 자리마다 온도가 다릅니다. 낮은 쪽부터 냉동실 안쪽, 냉동실 문 쪽, 냉장실 안쪽, 채소칸, 냉장실 문 쪽 순이에요. 찬 공기가 나오는 구멍이 정해져 있고, 문은 하루에 몇 번씩 열리니까요. 그래서 무엇을 어디에 두느냐가 유통기한만큼 일을 합니다.
문을 열 때마다 바깥 공기가 제일 먼저 닿는 자리입니다. 여름에 몇 초만 열어둬도 이 칸의 온도는 눈에 띄게 오르고, 닫은 뒤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우유는 온도가 오르내릴 때 상하기 쉬운 편이라 안쪽 선반으로 옮깁니다. 달걀은 문 칸 전용 홈에 두는 집이 많고 그렇게 두어도 되지만, 문을 자주 여는 집이라면 안쪽 선반 쪽이 더 안정적이에요.
문 칸에는 온도가 좀 흔들려도 괜찮은 것을 둡니다. 개봉한 소스, 잼, 절임, 케첩, 생수 같은 것들이죠. 냉동실도 같아서, 장기 보관할 고기·생선·아이스크림은 문 쪽이 아니라 안쪽에 넣습니다.
| 자리 | 성격 | 어울리는 것 |
|---|---|---|
| 안쪽 벽·아래 칸 | 가장 차다 | 생고기, 생선, 두부, 어묵 |
| 가운데 선반 | 안정적이다 | 조리한 음식, 남은 반찬 |
| 위 칸 | 조금 덜 차다 | 음료, 요거트, 바로 먹을 것 |
| 채소칸 | 습도가 높다 | 잎채소, 당근, 오이 |
| 문 칸 | 변동이 크다 | 소스, 잼, 물 |
생고기와 생선을 아래 칸에 두라고 하는 데는 온도 말고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핏물이 떨어져도 아래에 다른 음식이 없으니까요. 접시에 받쳐 두면 더 확실합니다.
채소칸이 따로 있는 이유는 온도보다 습도 쪽에 있습니다. 밀폐가 되니까 수분이 덜 날아가고, 잎채소가 축 처지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칸 옆에 습도 조절 손잡이가 달린 제품도 있어요.
채소와 과일마다 맞는 온도도 다릅니다.
| 온도 | 어울리는 것 |
|---|---|
| 0~2도 | 사과, 딸기, 포도, 양배추 |
| 0~4도 | 잘라 놓은 과일 |
| 4~10도 | 오이, 오렌지, 가지 |
| 10~15도 | 바나나, 파인애플, 수박 (냉장에 오래 두지 않는다) |
다만 여기에도 안 맞는 것이 있습니다. 감자와 양파는 냉장 자체가 안 어울리고, 바나나는 껍질이 검게 변합니다.
냉장고에 표시된 숫자와 실제 온도는 자주 어긋납니다. 컵에 물을 담아 가운데 선반에 넣고 반나절 두었다가 조리용 온도계를 꽂아보면 실제 값이 나옵니다. 5도를 넘으면 설정을 한 단계 낮춥니다.
냉동실은 영하 18도가 기준선입니다. 이보다 높으면 얼기는 하는데, 안에서 얼음 결정이 굵게 자라 녹였을 때 물이 많이 빠집니다. 고기가 퍽퍽해지는 게 그 때문이에요.
냉장실은 찬 공기가 돌아야 온도가 유지됩니다. 빈틈없이 채우면 공기가 못 돌아서 안쪽만 차고 바깥쪽은 미지근해집니다. 60% 정도가 적당합니다.
냉동실은 반대예요. 얼어 있는 덩어리들이 서로 냉기를 붙들어 주니까 어느 정도 차 있는 편이 유리합니다. 문을 열었을 때 온도가 덜 오릅니다. 빈자리가 많으면 물을 담은 페트병을 얼려 채워두기도 합니다.
장을 크게 본 날, 새 냉장고를 들이고 자리를 다시 잡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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